[SEASON 1]퇴사 후 첫 주말, 나를 위로하는 ‘혼막’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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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10년도 더 된 CF에서 나온 한마디가 온 미디어를 뒤흔들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저 말처럼 훌쩍 어디로 떠나야만 진정한 힐링이 시작된 것처럼 여겼다. 

 8년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한 친구는, 혼자만의 자유를 누리겠다며 호기롭게 여행을 계획했다.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순조롭게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예정된 순서였겠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해외여행은 생각도 할 수 없고 국내여행도 조심스러운 요즘,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에 가벼운 산책마저 내키지 않는 주말.

시무룩한 그녀에게 '혼막'을 추천했다. 

꼭 떠나야만 여행이라면,  퇴사 후 맞이하는 첫 주말의 날씨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nurukers/park siyeon


10년도 더 된 어떤 광고 카피는 이제 묻어두자.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 나의 공간에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코로나의 시대에는 이 또한 여행이 된다.


왜 ‘혼막’일까?

혼자 마시기에 소주는 조금 무거운 것 같다. 무더운 날씨라면 맥주도 좋겠지만, 오늘은 마침 비가 내린다. 그러니 막걸리가 좋겠다.

큰 노력도 필요 없다. 먹고 싶은 안주를 주문하고, 냉장고에서 막걸리를 꺼낸다. 

배달이 오기까지 약간의 기다림만 감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혼술 한상이 된다.

ⓒnurukers/park siyeon


오늘의 안주는 매콤한 떡볶이.

일회용기에 담긴 안주는 물론 편리하지만, 가끔은 접시에 옮겨 담는 수고로움을 감행하자. 팍팍한 식탁이 금새 훌륭한 한 상으로 바뀐다. 

지친 하루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반기는 사람 없다면 더더욱, 누군가를 맞이하는 기분으로 스스로를 대접해 본다. 


유리잔에 쪼르르 프리미엄 막걸리를 따른다. 

푹신한 쿠션에 기대어 떡볶이 한입 베어 물고, 복순도가 손막걸리의 기분 좋은 탄산감으로 입안을 적시면, 이 순간 진정 행복에 가까워진다. 

슬슬 취기가 올라오면 잠시 누워도 좋다. 

비록 좁은 원룸일지라도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가만히 누우면, 세상 편안한 곳이 내 집 아니던가.




 박시연

전통주소믈리에
우리술제조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