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rukers
강원도 태백에서 시작한 남한강은 충주호에 들러 숨을 고르고 양평에서 북한강과 만나 서울까지 곧장 내달린다. 반도를 가로질러 서해바다까지 나아가는 기나긴 여정이다. 그리고 그 길의 중간 즈음 물길이 크게 굽이치는 곳이 있는데 이 곳이 바로 단양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물줄기를 거슬러 가다 보면 험준한 산자락이 만들어 낸 절경에 넋을 잃게 된다. 기암괴석 절벽과 장쾌하게 흐르는 맑은 강, 하늘거리는 갈대 숲이 조화를 이루는 곳. 과연 단양팔경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경치다.
도깨비 양조장은 자연이 그린 그림 속에서 소박하고 조용히 풍광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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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사는 곳
도깨비 양조장은 소박하다. 마을 초입 1층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작은 문 옆에 걸려있는 도깨비 얼굴이 간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변과 어우러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찾아보아야 한다. 양조장을 발견하면 역시 도깨비구나 하고 손뼉을 치게 만드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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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아기도깨비가 살 것처럼 아늑하다. 사무실은 따로 없다. 문턱을 넘자마자 시설들과 숙성 중인 소주 옹기가 보인다. 공간을 허투루 쓰는 법없이 곳곳이 알차게 채워져 있다. 좁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욕심부리지 않고 필요한만큼만 만들겠다는,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하긴, 가슴이 뻥 뚫리는 대자연 앞에서 무엇이 더 필요하랴. 한발짝만 나서면 이미 모든 것이 가득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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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방망이 같은 술
우연찮게 온 단양에서 아이들은 시골생활에 마음을 빼앗겼다. 도시가 갑갑했던 건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우고 싶어서, 본인 역시 제 2의 인생을 살고자 결국 이곳에 터를 마련하게 되었다.
하지만 삶은 현실인지라, 연고도 없고 인맥도 없는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막막했고, 그러던 중 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취미로 시작했지만 그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들쑥날쑥 변하는 막걸리가
갑자기 나타나 홀연히 사라지는 도깨비같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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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도깨비는 요괴지만 무섭지 않다. 때론 개구쟁이처럼 익살스럽고 어느 땐 옆집 이웃처럼 친근하다. 나쁜 사람은 혼내주고 선한 사람에겐 선물을 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바람을 이루어주는 친구와도 같다. 김정대 대표가 만드는 도깨비술은 그래서인지 왠지 모를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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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앉아 있는 동안에도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이 곳까지 어떻게 찾아오는 건지 술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신기하긴 매한가지다. 작은 공간 속에서 손님과 주인이 서로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뜻밖의 분주함에 불편할 법도 한데 모두 즐거워하는 눈치다.
“체험장도 만들고 소규모 갤러리도 함께 운영하고 싶어요.
그게 꿈이고 꼭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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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전공한 그는 술이 문화가 되기를 바란다. 술과 양조장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비록 단양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했지만 외국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는 문밖의 협곡처럼 웅장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술은 술인지라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게 가장 힘들다.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맞추기 위해 막걸리 한 종을 세가지 도수로 만들어 그 어려움도 세 배로 늘어났다. 정제효소를 사용하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다. 실패할 수 있는 만큼 성공의 설렘도 함께 가져다 주기 때문일까?
“술 맛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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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술만 만들 줄 안다고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양조기술과 더불어 마케팅과 디자인. 이 세가지 요소는 사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소규모 양조장에서 이를 모두 갖추기란 쉽지 않다. 이 점이 전통주사업이 어려운 이유인 동시에 성공의 열쇠이기도 하다.
그래도 힘이 닿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며 그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도깨비술의 미래를 그려본다.
“도깨비 같은 이미지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재밌고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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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소개
하나의 막걸리를 세가지 도수로 생산하는 곳은 도깨비 양조장이 유일하다. 도깨비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겨우 2도씩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개성이 뚜렷하다. 7도는 달지만 은근하다. 그러면서도 약간의 무게감이 있어서 쌀향의 깊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다. 9도, 11도로 갈수록 묵직해지지만 부드러움은 그대로다. 도깨비술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은 이에겐 11도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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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루커스 memo/Tip
양조장 바로 앞 넓은 광장엔 마을에서 공용으로 쓰는 주차장과 대형 정자가 있다.
20-30명 정도는 거뜬히 수용할 만큼 크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니 멀리가지 말고 이곳에서 호젓하게 즐기자.
바로 밑 강변엔 콘서트가 열릴 만큼 넓은 갈대밭이 있다. 한적하고 강변도 가까워 물놀이도 즐기고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차박이나 캠핑으로 여기 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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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에서 시작한 남한강은 충주호에 들러 숨을 고르고 양평에서 북한강과 만나 서울까지 곧장 내달린다. 반도를 가로질러 서해바다까지 나아가는 기나긴 여정이다. 그리고 그 길의 중간 즈음 물길이 크게 굽이치는 곳이 있는데 이 곳이 바로 단양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물줄기를 거슬러 가다 보면 험준한 산자락이 만들어 낸 절경에 넋을 잃게 된다. 기암괴석 절벽과 장쾌하게 흐르는 맑은 강, 하늘거리는 갈대 숲이 조화를 이루는 곳. 과연 단양팔경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경치다.
도깨비 양조장은 자연이 그린 그림 속에서 소박하고 조용히 풍광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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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사는 곳
도깨비 양조장은 소박하다. 마을 초입 1층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작은 문 옆에 걸려있는 도깨비 얼굴이 간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변과 어우러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찾아보아야 한다. 양조장을 발견하면 역시 도깨비구나 하고 손뼉을 치게 만드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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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아기도깨비가 살 것처럼 아늑하다. 사무실은 따로 없다. 문턱을 넘자마자 시설들과 숙성 중인 소주 옹기가 보인다. 공간을 허투루 쓰는 법없이 곳곳이 알차게 채워져 있다. 좁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욕심부리지 않고 필요한만큼만 만들겠다는,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하긴, 가슴이 뻥 뚫리는 대자연 앞에서 무엇이 더 필요하랴. 한발짝만 나서면 이미 모든 것이 가득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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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방망이 같은 술
우연찮게 온 단양에서 아이들은 시골생활에 마음을 빼앗겼다. 도시가 갑갑했던 건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우고 싶어서, 본인 역시 제 2의 인생을 살고자 결국 이곳에 터를 마련하게 되었다.
하지만 삶은 현실인지라, 연고도 없고 인맥도 없는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막막했고, 그러던 중 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취미로 시작했지만 그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들쑥날쑥 변하는 막걸리가
갑자기 나타나 홀연히 사라지는 도깨비같다고 생각했어요.”
©nurukers
한국의 도깨비는 요괴지만 무섭지 않다. 때론 개구쟁이처럼 익살스럽고 어느 땐 옆집 이웃처럼 친근하다. 나쁜 사람은 혼내주고 선한 사람에겐 선물을 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바람을 이루어주는 친구와도 같다. 김정대 대표가 만드는 도깨비술은 그래서인지 왠지 모를 정감이 간다.
©nurukers
잠깐 앉아 있는 동안에도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이 곳까지 어떻게 찾아오는 건지 술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신기하긴 매한가지다. 작은 공간 속에서 손님과 주인이 서로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뜻밖의 분주함에 불편할 법도 한데 모두 즐거워하는 눈치다.
“체험장도 만들고 소규모 갤러리도 함께 운영하고 싶어요.
그게 꿈이고 꼭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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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전공한 그는 술이 문화가 되기를 바란다. 술과 양조장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비록 단양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했지만 외국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는 문밖의 협곡처럼 웅장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술은 술인지라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게 가장 힘들다.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맞추기 위해 막걸리 한 종을 세가지 도수로 만들어 그 어려움도 세 배로 늘어났다. 정제효소를 사용하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다. 실패할 수 있는 만큼 성공의 설렘도 함께 가져다 주기 때문일까?
“술 맛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해요.”
©nurukers
하지만 술만 만들 줄 안다고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양조기술과 더불어 마케팅과 디자인. 이 세가지 요소는 사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소규모 양조장에서 이를 모두 갖추기란 쉽지 않다. 이 점이 전통주사업이 어려운 이유인 동시에 성공의 열쇠이기도 하다.
그래도 힘이 닿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며 그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도깨비술의 미래를 그려본다.
“도깨비 같은 이미지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재밌고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술.”
©nurukers
술소개
하나의 막걸리를 세가지 도수로 생산하는 곳은 도깨비 양조장이 유일하다. 도깨비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겨우 2도씩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개성이 뚜렷하다. 7도는 달지만 은근하다. 그러면서도 약간의 무게감이 있어서 쌀향의 깊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다. 9도, 11도로 갈수록 묵직해지지만 부드러움은 그대로다. 도깨비술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은 이에겐 11도를 추천한다.
©nurukers
누루커스 memo/Tip
양조장 바로 앞 넓은 광장엔 마을에서 공용으로 쓰는 주차장과 대형 정자가 있다.
20-30명 정도는 거뜬히 수용할 만큼 크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니 멀리가지 말고 이곳에서 호젓하게 즐기자.
바로 밑 강변엔 콘서트가 열릴 만큼 넓은 갈대밭이 있다. 한적하고 강변도 가까워 물놀이도 즐기고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차박이나 캠핑으로 여기 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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