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영화 페어링 #3 킹덤 -얼음 막걸리

2020-08-08
조회수 1314

현실의 고민들을 모두 잊을 수만 있다면?! 영원히 회피하자는 게 아니다. 물론 그럴 수도 없다. 코로나에 이어 폭염이 오더니, 지금은 폭우가 쏟아진다. 대체 왜 이럴까. 잠시라도 온 신경을 다른 곳에 집중시켜 줄 무언가가 절실하다. 

흔하지만 확실한 그 무엇. 정주행이다. 내가 택한 건 ‘킹덤’ 정주행. 시즌1 여섯 편은 지난해 나오자마자 끝냈지만 시즌2는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뤄둔 상태였다. 

기억도 가물가물. 시즌1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지난 번 마지막 몰아치기 했던 드라마가 ‘동백꽃 필 무렵’이었다. 그에 비하면 두 시즌 합쳐서 열두 편. 주말 동안 완주하기에 가뿐하다. 


정주행과 얼막은 최고의 조합ⓒnurukers/eunhae yi


방보다는 시원한 거실 바닥에 자리를 잡는다. 평소 애정하는 쿠션과 베개를 여러 개 준비한다. 올여름 들여놓은 작지만 강력한 꼬마 써큘레이터를 멀찌감치 틀어둔다.  

그리고 중간 중간 갈증을 풀어줄 얼음 막걸리를 준비할 차례. 유리잔에 얼음을 절반이상 채운다. 적어도 냉장고에 몇 시간은 둔 차가운 막걸리를 잔에 가득 채운다. 몇 번 휘휘 저어 유리잔에 찬 이슬이 맺히면 완성이다. 


“온더락 아냐?” 하겠지만, 막걸리는 얼음 넣어 그냥 시원하게 먹는거다. 온더락위스키처럼 고도수를 희석시키려는 게 아니다. 온더락 막걸리라는 표현도 뭔가 어색하다.
그냥 얼음 막걸리라 부르기로 한다. 얼막!


뜨거운 폭염도, 휘몰아치는 코로나도, 습기 가득한 폭우도 얼막이면 된다 ⓒnurukers/eunhae yi


이렇게 세팅이 끝나면 본격 정주행을 시작한다. 

킹덤 시즌1을 본 게 지난해 초였다. 지금 코로나19가 퍼지고 코로나20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역병이 어떻게 퍼지고 왜 그렇게 됐는지 음모에 집중해서 한편 한편 이끌리듯 봤지만, 이번에는 역병으로 드러나는 계급의식, 빈부격차, 리더십 문제 등에 더 시선이 간다. 어찌 그리 현실과 같은지 새삼 공감하며 보게 됐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 이 비현실적인 설정이 지금 어떤 이야기보다도 2020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드라마에 빠져 있다 다시 현실의 문제로 옮겨오며 속이 답답할 때, 차가워진 얼음 막걸리를 또 한번 들이킨다. 


r r얼막. 별거 없다. 그냥 시원한 막걸리다 ⓒnurukers/eunhae yi


“캬~ 이거지!!” 


얼막의 시원함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뭐 어떤가. 나 혼잔데.

개인적으로는 발효가 잘되고 감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10도 이하의 막걸리를 선호한다. 쌀함량이 높고 완전 발효된 막걸리는 달콤하면서 청량하다. 부자연스러운 탄산이 쏘거나 트림이 올라오지 않고 잡스러운 맛이 없다. 

그저 깔끔하면서 달콤한 과일향과 알싸한 알콜취가 얼음을 만나 한층 은은하게 퍼지며 입안을 향기롭게 한다. 술 맛이 우아하니 다른 안주도 필요 없다. 적당한 알코올 감은 그저 그대로 부족함이 없다. 

얼막을 안주 삼아 한편 한편 드라마는 이어가고, 드라마를 안주 삼아 또 한 잔이 채워진다. 그렇게 이번 주말 답답한 역병의 시대, 또 한 주를 보낸다.   




이은해

전통주소믈리에
우리술제조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