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술이라고]2. 논알코올 기본 교양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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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알기 싫다’라는 팟캐스트 방송이 있다. 가장 오래된 한국어 시사교양 팟캐스트 프로그램이자 세계 시민의 관점에서 폭넓은 이슈를 무겁지 않게 다루는 독립 미디어 XSFM의 대표 콘텐츠다. 첫 방송부터 듣기 시작해 올해로 11년이 되었으니, 그 동안 나의 시사 상식과 교양의 토대를 이룬 것은 팔할이 ‘그알싫’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2022년 1월 ‘그알싫’ 447회 방송에서는 ‘논알코올(Non-Alcohol)’에 관해 다루었다. 그 당시만 해도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은 술’이라는 건 나에게 마치 ‘몇 날 며칠 해가 지지 않는 백야’ 같은 것이었다. 그런 세상이 있다는 걸 머릿속으로는 이해하지만 감각적으로는 잘 상상이 되지 않는 그런 상태 말이다. 그러니 논알코올을 주제로 한 그날의 방송은 북유럽에서 백야를 만난 여행자의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지만 나와는 상관 없는, 어쩌면 평생 경험할 리 없는 세계의 일이었다. 논알코올의 세계가 현실이 되면서 이 방송이 생각났다. 기본 교양은 이렇듯 부지불식간에 쓸모를 발휘한다.


ⓒ이정선 ⓐ누루커스

  논알코올에 대한 기본 교양 하나. 논알코올이 무알코올(Alcohol-Free)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인 경우를 논알코올 또는 비알코올이라 한다. 즉, 논알코올에는 소량이지만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다. ‘제로’라고 하더라도 소수점 한 자리(0.0)만 표기되어 있으면 논알코올, 무알코올은 ‘0.00’인 경우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0.5% 미만을 논알코올로 분류하는데, 이는 1919년의 금주법과 관련이 있다. 당시에 법으로 제한한 알코올 도수가 0.5%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알코올은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나 과일주스에도 있다. 알코올은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자연 물질이기 때문이다.


  논알코올에 대한 기본 교양 둘. 건강 또는 체질 상의 이유로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술 또는 술자리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퇴근 후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 한 잔의 맛을 모르지 않고, 친한 사람들과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함께 마시는 술자리를 즐길 줄 안다. 그들에게 논알코올은 분위기를 헤치지 않으면서 술 마시는 기분을 낼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인 셈이다. 실제 한국인 중 알코올을 잘 분해하지 못하는 비율이 전체의 30~40%에 달한다고 한다. 술을 잘 마시는 60%가량의 한국인이 지나치게 분발해서 전체 주량을 끌어올렸을 뿐,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논알코올에 대한 기본 교양 셋. 전 세계적으로 논알코올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홈술’ 소비량이 늘어났는데 그중에서도 논알코올의 판매가 급증했다. 취하기보다 즐기는 음주 문화의 확산,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논알코올의 맛과 품질 상향 등이 이유로 손꼽힌다. 논알코올인 경우 온라인으로 구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전통주 시장이 커지는데 한몫 했던 것이 바로 이 온라인 판매의 편의성이기 때문이다.



ⓒ이정선 ⓐ누루커스

  시장이 커졌다는 건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논알코올 맥주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국내에선 하이트, 카스, 해외는 하이네켄, 칭따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수제맥주 브루어리에서 생산되는 논알콜 맥주도 꽤 많았다. 국내에서도 세븐브로이, 제주맥주 등에서 논알코올 맥주를 출시한 것은 물론 논알코올 맥주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브루어리가 생겨났을 정도다. 라거 계열 맥주만 있는 줄 알았는데 페일 에일, 바이젠, 스타우트, IPA까지 있었다. 논알코올 큐레이션 플랫폼도 발견했다. 국내외에서 생산되는 논알코올 맥주와 와인 등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내가 미처 몰랐던 세계가 이토록 넓었던 것이다. 이제 하나하나 탐험할 일만 남았다.nuru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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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20대는 잡지를 만들며 보냈고, 30대는 여행 콘텐츠를 만들며 보냈다. 글도 쓰고 사진도 찍지만 잘하는 일은 의미를 발견하고 엮어내는 기획과 설계라고 생각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한 삶을 추구하며 제주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