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주모는 맥주를 팔지 않는다

202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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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축구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손흥민 선수. 몇 달 전 손흥민 선수가 무려 70m를 단독 드리블하여 8명의 수비를 제치고 성공시킨 원더골은 BBC 선정 올해의 골을 수상했다.

호나우두와 마라도나를 연상시키는 플레이라며 전세계 팬들이 열광했다. 아침에 기사를 접한 한국 축구팬들은 관련 기사마다 주모를 찾느라 북적였다. 



쏜과 함께 주모를 부르자! ⓒ토트넘 홋스퍼 FC 공식페이지, facebook.com/TottenhamHotspur


소위 ‘국뽕’에 취하여 주모에게 셔터를 내리게 만드는 수많은 네티즌. 그들은 당연히 치킨에 맥주를 마신다. 축구뿐이랴,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류현진 선수의 선발 경기에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치킨을 시키고 캔맥주를 딴다. 

대부분의 스포츠 팬들은 경기와 함께 술을 즐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지 우리에게 그 술의 종류가 맥주나 초록병 소주라는 부분이 조금 아쉽다. 뜨거운 열기 끝에 마시는 맥주 한잔의 시원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국뽕에 취해 주모를 부르짖는 팬들에겐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 


주모는 맥주를 팔지 않는다.


가슴속 한가득 애국심을 주입해 놓고 손에 들려있는 술은 어찌 항상 맥주인가! 안주는 왜 치킨 뿐인가!  물론 치맥은 맛있다. 하지만 밤늦은 스포츠 경기와 함께하기엔 가끔 부담될 때가 있다. 

그렇다면 주모들이 만들어내는 우리술의 다양성을 한 번 믿어보자. 이제 시원함과 부드러운 목넘김을 가진 막걸리를 사 들고, 다가올 경기에 고조된 애국심을 유감없이 발휘할 때다.



주모가 준비한 국뽕 막걸리. 왼쪽부터 두술도가의 '희양산 막걸리', 한강주조 '나루생막걸리', 복순도가의 '복순도가 막걸리' ⓒnurukers/siyeon park


 

크래프트 맥주의 붐으로 향긋한 에일맥주 파도가 몰려왔듯, 우리술에도 바닐라와 견과류의 여운을 남기는 나루 생막걸리, 산미가 도드라지는 희양산 막걸리등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한 선택지가 생겨나고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에는 저가 막걸리에서 단점으로 꼽히던 기분 나쁜 탄산감을 아예 없앤 제품이 있는가 하면, 샴페인처럼 상큼한 탄산이 터져 나오는 복순도가 손막걸리 같은 제품이 출시되기도 한다. 전반적인 우리술의 패러다임이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대다수의 프리미엄 막걸리들은 아스파탐등의 첨가제를 넣지 않는다. 덕분에 순수한 쌀의 단맛으로 기성 제품과는 다른 곡물의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숙취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늘밤을 불태울 축구경기에 4캔 만원짜리 맥주가 지겨운 국뽕러라면, 

이참에 막걸리 한잔 어떨까?

 

색다른 무언가를 마시고 싶은 당신의 취향을 전국의 주모들은 착실하게 준비중이다. 하루쯤은 가볍게 벌컥벌컥 마시기 좋은 깔끔한 막걸리를 골라 맥주를 대체해보자.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엔 차가운 유리잔에 얼음 서너개 동동 띄워 마시길 추천한다. 안주는 기름에 볶지 않은 담백한 두부김치나, 양념에 견과류를 토핑한 도토리묵도 좋겠다. 견과류가 도토리묵의 고소함에 힘을 실어 주니 맛이 훨씬 좋아진다.

비가 내린다면 퇴근길에 전을 포장해 오는 것도 방법이다. 혹시 탄산감이 적은 타입의 막걸리를 골랐다면 너무 기름지고 두꺼운 전은 피하는 것이 낫다. 파전보다는 조금 얇고 바싹하게 부친 부추전이 궁합에 좋다. 만약 다이어트가 걱정이라면? 생 오이나 당근을 뚝 잘라 안주로 삼아도 그만이다. 막걸리는 냉장고에 있는 대부분의 한식재료와 잘 어울리는 편이니까.

준비가 됐다면 TV앞 방구석 1열에 멍석을 깔고 철푸덕! 

꿀꺽 한 모금 시원하게 들이켜면서 손흥민의 한 골, 류현진의 1승마다 당당하게 주모를 외치자. 막걸리에 취하면 혈중 애국심 농도도 쑥쑥 올라갈 것이라 믿는다.





박시연

전통주소믈리에
우리술제조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