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알코올의 시작은 십중팔구 ‘논알코올 맥주’부터다. 언제부턴가 논알코올 맥주는 가까운 편의점이나 동네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 되었다. 최소 2종, 많게는 5~6종의 논알코올 맥주를 구비해둔 곳도 있다. 논알코올 맥주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술 후 석 달 동안 금주를 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이제까지 술을 맛과 향으로만 마신 줄 알았다. 적당히 취기가 올랐을 때 나른해지는 기분이 아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가장 참기 어려웠던 것은 식도를 톡 쏘고 넘어 가는 탄산의 자극이었다. 특히 땀을 내고 운동을 한 후나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맥주 한 캔이 너무나 고팠다. 하이볼을 만들 때나 구입하던 탄산수가 생각났다. 냉장고에 쟁여두고 술이 고플 때마다 시원한 탄산수를 꺼내 식도가 따가울 정도로 벌컥벌컥 마시면 술 생각이 이내 잦아들었다.
논알코올 맥주는 탄산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국내 굴지의 맥주 회사 두 곳이 일찌감치 논알코올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하이트 제로(0.00) 올 프리’와 ‘카스 제로(0.0)’다. 하이트나 카스 같은 라거 계열의 국산 맥주는 맛의 개성은 부족한 대신 탄산이 풍부해 ‘소맥’의 훌륭한 재료가 되곤 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국산 논알코올 맥주는 탄산에 대한 갈증을 말끔히 해소해주는 데 탁월했다. 더군다나 탄산수에는 없는 맥주 맛이 났다!
ⓒ이정선 ⓐ누루커스
논알코올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이러하다. 숙취를 동반한 몇 차례의 인체 실험 결과, 내 현재 주량은 각각 맥주 500ml 1캔, 막걸리 반 병, 와인이나 사케는 2잔, 증류주는 언더락 또는 하이볼로 1잔이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좀 더 마시고도 괜찮은 날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복불복이다 보니 되도록 이 기준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날은 좀 더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한겨울 기름이 잘 오른 방어 회처럼 안주가 너무 훌륭하다거나 야구 경기가 이제 막 7회 말에 접어 들었다거나 친구들과 집에서 같이 ‘나는 솔로’를 시청 중이라거나 하는 경우 말이다. 이럴 때 의기양양하게 냉장고에서 시원한 논알코올 맥주를 꺼낸다. 숙취 걱정 없이 한 캔이든 두 캔이든 흡족할 때까지 마시면 된다.
논알코올 맥주의 생각하지 못한 이점도 있었다. 다이어트 효과다. 맥주 캔 350ml 기준 보통 150~200kcal 정도 된다. 반면 논알코올 맥주는 60~90kcal로 뚝 떨어진다. 무알코올 맥주인 ‘하이트 제로 올 프리’의 경우는 13kcal로 웬만한 저칼로리 음료보다도 열량이 낮다. 나처럼 건강을 잃었던 사람뿐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논알코올 맥주는 꽤 매력적인 아이템인 셈이다.
어느 정도 논알코올 맥주 생활에 익숙해졌을 즈음, 오랜만에 집 근처의 주류 전문 판매점을 가게 되었다. 주당이었던 시절에는 꼭 술을 사지 않더라도 몇 겹의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술병의 레이블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힐링하던 곳이다. 뭐 대개는 술을 샀지만 말이다. 혹시나 하고 찾아봤더니 논알코올 코너가 있었다. 제주맥주의 논알코올 맥주 ‘제주누보’가 있길래 두 캔 구입했다. 그 날 저녁 제주누보를 한 모금 마시고 눈이 번쩍 떠졌다. 이게 정말 논알코올이라고? 감귤과 홉의 상큼한 향과 쌉싸래하면서 풍부한 맛까지, 영락 없이 잘 만든 에일 맥주였다. 그동안 논알코올 맥주의 여러 이점 때문에 맛에 대해선 나도 모르게 기대치를 낮추었던 것이다. 논알코올 맥주도 내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nurukers
ⓒ이정선 ⓐ누루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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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20대는 잡지를 만들며 보냈고, 30대는 여행 콘텐츠를 만들며 보냈다. 글도 쓰고 사진도 찍지만 잘하는 일은 의미를 발견하고 엮어내는 기획과 설계라고 생각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한 삶을 추구하며 제주에서 살고 있다.
논알코올의 시작은 십중팔구 ‘논알코올 맥주’부터다. 언제부턴가 논알코올 맥주는 가까운 편의점이나 동네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 되었다. 최소 2종, 많게는 5~6종의 논알코올 맥주를 구비해둔 곳도 있다. 논알코올 맥주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술 후 석 달 동안 금주를 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이제까지 술을 맛과 향으로만 마신 줄 알았다. 적당히 취기가 올랐을 때 나른해지는 기분이 아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가장 참기 어려웠던 것은 식도를 톡 쏘고 넘어 가는 탄산의 자극이었다. 특히 땀을 내고 운동을 한 후나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맥주 한 캔이 너무나 고팠다. 하이볼을 만들 때나 구입하던 탄산수가 생각났다. 냉장고에 쟁여두고 술이 고플 때마다 시원한 탄산수를 꺼내 식도가 따가울 정도로 벌컥벌컥 마시면 술 생각이 이내 잦아들었다.
논알코올 맥주는 탄산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국내 굴지의 맥주 회사 두 곳이 일찌감치 논알코올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하이트 제로(0.00) 올 프리’와 ‘카스 제로(0.0)’다. 하이트나 카스 같은 라거 계열의 국산 맥주는 맛의 개성은 부족한 대신 탄산이 풍부해 ‘소맥’의 훌륭한 재료가 되곤 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국산 논알코올 맥주는 탄산에 대한 갈증을 말끔히 해소해주는 데 탁월했다. 더군다나 탄산수에는 없는 맥주 맛이 났다!
ⓒ이정선 ⓐ누루커스
논알코올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이러하다. 숙취를 동반한 몇 차례의 인체 실험 결과, 내 현재 주량은 각각 맥주 500ml 1캔, 막걸리 반 병, 와인이나 사케는 2잔, 증류주는 언더락 또는 하이볼로 1잔이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좀 더 마시고도 괜찮은 날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복불복이다 보니 되도록 이 기준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날은 좀 더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한겨울 기름이 잘 오른 방어 회처럼 안주가 너무 훌륭하다거나 야구 경기가 이제 막 7회 말에 접어 들었다거나 친구들과 집에서 같이 ‘나는 솔로’를 시청 중이라거나 하는 경우 말이다. 이럴 때 의기양양하게 냉장고에서 시원한 논알코올 맥주를 꺼낸다. 숙취 걱정 없이 한 캔이든 두 캔이든 흡족할 때까지 마시면 된다.
논알코올 맥주의 생각하지 못한 이점도 있었다. 다이어트 효과다. 맥주 캔 350ml 기준 보통 150~200kcal 정도 된다. 반면 논알코올 맥주는 60~90kcal로 뚝 떨어진다. 무알코올 맥주인 ‘하이트 제로 올 프리’의 경우는 13kcal로 웬만한 저칼로리 음료보다도 열량이 낮다. 나처럼 건강을 잃었던 사람뿐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논알코올 맥주는 꽤 매력적인 아이템인 셈이다.
어느 정도 논알코올 맥주 생활에 익숙해졌을 즈음, 오랜만에 집 근처의 주류 전문 판매점을 가게 되었다. 주당이었던 시절에는 꼭 술을 사지 않더라도 몇 겹의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술병의 레이블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힐링하던 곳이다. 뭐 대개는 술을 샀지만 말이다. 혹시나 하고 찾아봤더니 논알코올 코너가 있었다. 제주맥주의 논알코올 맥주 ‘제주누보’가 있길래 두 캔 구입했다. 그 날 저녁 제주누보를 한 모금 마시고 눈이 번쩍 떠졌다. 이게 정말 논알코올이라고? 감귤과 홉의 상큼한 향과 쌉싸래하면서 풍부한 맛까지, 영락 없이 잘 만든 에일 맥주였다. 그동안 논알코올 맥주의 여러 이점 때문에 맛에 대해선 나도 모르게 기대치를 낮추었던 것이다. 논알코올 맥주도 내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nurukers
ⓒ이정선 ⓐ누루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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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20대는 잡지를 만들며 보냈고, 30대는 여행 콘텐츠를 만들며 보냈다. 글도 쓰고 사진도 찍지만 잘하는 일은 의미를 발견하고 엮어내는 기획과 설계라고 생각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한 삶을 추구하며 제주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