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루커스에서 원고를 의뢰 받고 ‘논알코올’에 대해 쓰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이 주제로 1년 12회차를 다 채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조사를 하고 리스트를 작성해 보니 논알코올은 이미 우리 일상에 넓고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첫 번째 주제인 ‘논알코올 맥주’를 쓸 때 가장 열의가 넘쳤다. 맥주는 가장 좋아하는 주종이기도 했고 시중에 나와 있는 종류도 다양했다. 하지만 여전히 구입 경로와 비용이 장벽이 되었다. 맛과 향으로는 상당히 괜찮은 논알코올 맥주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가성비와 구입 편의성 면에서 당분간 ‘제주누보’를 따라오긴 어려울 듯하다. 주류 수입업체와 국내 양조장들이 좀 더 힘내주길 바랄 뿐이다.
어떤 논알코올 맥주든 상관 없이 가장 맛있게 마시는 법을 터득했다. 바로 운동한 다음 마시는 논알코올 맥주다. 지난 11월부터 요가를 배우고 있다. 2월 인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3개월만 배우려고 했던 건데 꽤나 잘 맞아서 지금은 주 5일 다니고 있다.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후들후들 다리를 떨면서 집에 돌아와 샤워 후에 벌컥벌컥 마시는 맥주는 정말이지 최고다! 더욱이 논알코올 맥주는 열량도 낮다.
지난 번에 실패한 논알코올 레드 와인은 탄산수와 섞으니 샹그리아 같은 맛이 나서 끝까지 잘 마셨다. 그래도 다시 레드 와인을 도전하기에는 겁이 나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다는 리슬링 논알코올 와인으로 마셨는데 아주 괜찮았다. 논알코올 와인 입문이라면 스파클링이나 향이 강점인 화이트 와인을 선택하길 권한다.
이번 취재를 통해서 멋진 논알코올 칵테일 바를 발견한 것이 가장 기뻤다. 바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혼술을 즐겼는데, 칵테일을 마실 때마다 감탄했다. 바를 나와서 걷는 밤거리도 좋았다. 어쩐지 살짝 취기가 도는 것도 같았다. 계절마다 칵테일 메뉴가 바뀐다고 하니 가을 메뉴를 마시러 조만간 다시 방문할 요량이다.
이런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아 초반에 고민이 많았다. 예전 글에 언급한 적이 있던 유성관 작가의 <여름 맥주 영화>에 큰 도움을 받았다. 에피소드 구성이나 이니셜로 지인을 소환하는 방식 등은 모두 그의 책에서 빚진 것이다. 전주의 브루어리도 그의 책을 보고 알았다. 맥주와 영화를 좋아하고, 좋은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나의 주량은 돌아오지 않았다.
예전보다는 그래도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술을 마시면 얼굴이 급격히 달아오르고 어지럽다. 술과 함께 보내던 시간을 다른 활동에 나눠 주는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 잃은 걸 아쉬워하기 보다 얻은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보낸 지난 1년이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 흔적을 이렇게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
글, 사진 이정선
20대는 잡지를 만들며 보냈고, 30대는 여행 콘텐츠를 만들며 보냈다. 글도 쓰고 사진도 찍지만 잘하는 일은 의미를 발견하고 엮어내는 기획과 설계라고 생각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한 삶을 추구하며 제주에서 살고 있다.
누루커스에서 원고를 의뢰 받고 ‘논알코올’에 대해 쓰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이 주제로 1년 12회차를 다 채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조사를 하고 리스트를 작성해 보니 논알코올은 이미 우리 일상에 넓고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첫 번째 주제인 ‘논알코올 맥주’를 쓸 때 가장 열의가 넘쳤다. 맥주는 가장 좋아하는 주종이기도 했고 시중에 나와 있는 종류도 다양했다. 하지만 여전히 구입 경로와 비용이 장벽이 되었다. 맛과 향으로는 상당히 괜찮은 논알코올 맥주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가성비와 구입 편의성 면에서 당분간 ‘제주누보’를 따라오긴 어려울 듯하다. 주류 수입업체와 국내 양조장들이 좀 더 힘내주길 바랄 뿐이다.
어떤 논알코올 맥주든 상관 없이 가장 맛있게 마시는 법을 터득했다. 바로 운동한 다음 마시는 논알코올 맥주다. 지난 11월부터 요가를 배우고 있다. 2월 인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3개월만 배우려고 했던 건데 꽤나 잘 맞아서 지금은 주 5일 다니고 있다.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후들후들 다리를 떨면서 집에 돌아와 샤워 후에 벌컥벌컥 마시는 맥주는 정말이지 최고다! 더욱이 논알코올 맥주는 열량도 낮다.
지난 번에 실패한 논알코올 레드 와인은 탄산수와 섞으니 샹그리아 같은 맛이 나서 끝까지 잘 마셨다. 그래도 다시 레드 와인을 도전하기에는 겁이 나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다는 리슬링 논알코올 와인으로 마셨는데 아주 괜찮았다. 논알코올 와인 입문이라면 스파클링이나 향이 강점인 화이트 와인을 선택하길 권한다.
이번 취재를 통해서 멋진 논알코올 칵테일 바를 발견한 것이 가장 기뻤다. 바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혼술을 즐겼는데, 칵테일을 마실 때마다 감탄했다. 바를 나와서 걷는 밤거리도 좋았다. 어쩐지 살짝 취기가 도는 것도 같았다. 계절마다 칵테일 메뉴가 바뀐다고 하니 가을 메뉴를 마시러 조만간 다시 방문할 요량이다.
이런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아 초반에 고민이 많았다. 예전 글에 언급한 적이 있던 유성관 작가의 <여름 맥주 영화>에 큰 도움을 받았다. 에피소드 구성이나 이니셜로 지인을 소환하는 방식 등은 모두 그의 책에서 빚진 것이다. 전주의 브루어리도 그의 책을 보고 알았다. 맥주와 영화를 좋아하고, 좋은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나의 주량은 돌아오지 않았다.
예전보다는 그래도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술을 마시면 얼굴이 급격히 달아오르고 어지럽다. 술과 함께 보내던 시간을 다른 활동에 나눠 주는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 잃은 걸 아쉬워하기 보다 얻은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보낸 지난 1년이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 흔적을 이렇게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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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이정선
20대는 잡지를 만들며 보냈고, 30대는 여행 콘텐츠를 만들며 보냈다. 글도 쓰고 사진도 찍지만 잘하는 일은 의미를 발견하고 엮어내는 기획과 설계라고 생각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한 삶을 추구하며 제주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