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티 브랜드를 통해 본 한국술 마케팅 방향 #3 게임 체인저

202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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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바론(Tavalon)



재미교포 존 폴 리(John-Paul Lee)가 2005년 뉴욕 맨해튼에 설립한 타바론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세련되고 혁신적인 티 브랜드다. 극도로 미니멀한 디자인, 분야를 가리지 않는 광폭 마케팅, 듣도 보도 못한 신개념 신제품... Future Of Tea라는 슬로건만큼이나 늘 색다른 행보를 보여주는 타바론.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뉴욕의 도시감성이 듬뿍 담긴 미니멀한 패키지 ⓒtavalon.co.kr


- 콜라보로 시장을 결합하라

타바론의 가장 독특한 점은 경계 없는 협업이다. 그 범위가 클럽, 대중음악, 만화, 영화, 문구, 자동차, 패스트푸드, 주류 등등 카테고리를 특정할 수 없을만큼 넓다.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한 K-POP 아티스트 패키지, 그래미 어워드 오피셜 티, 앱솔루트 보드카 파트너십... 


SM 아티스트 콜라보와 롤스로이스 콜라보 패키지 ⓒfacebook.com/tavalon.korea


순백의 패키지는 콜라보를 위해 비워두었고 콜라보가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창업 직후 tea bar를 개설하고 DJ를 120명이나 계약했다고 하니 창업 순간부터 이미 차의 한계를 뛰어 넘고자 한 것 같다. 

타바론은 콜라보를 통해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영역에 임팩트있게 진입했고 그 덕에 차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다른 시장에 전파할 수 있었다. 


박람회장에도 DJ가 참여해 흥겨움을 더한다 ⓒfacebook.com/tavalon.korea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다면 마케팅 수단도 젊어야 한다. 대량의 고객군을 한 번에 끌어오는 콜라보 전략은 과연 타바론다운 선택이었고 그들이 가진 젊음을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만화 캐릭터 무민과의 콜라보 facebook.com/tavalon.korea



  • 샤오관차(Xiao Guan Cha, 小罐茶)  

중국은 차의 종주국이지만 그렇다 할 브랜드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독일의 맥주 또는 한국의 김치처럼 이미 일상문화가 되어버린 곳에선 간판 브랜드가 생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삶의 일부로서 차를 즐겼을 뿐 차를 비즈니스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한 개 1회분 전국 어디서나 4g! 같은 가격! 빡! ⓒxiaoguantea.com 


그런데 2014년, 샤오관차가 등장하며 차의 가격과 용량을 표준화시켰고 색다른 패키징으로 중국차가 가진 고루한 느낌을 탈바꿈시켰다.


- 사람에 대한 신뢰를 품질로 연결하라

샤오관차의 첫인상은 엄격, 근엄, 진지하다. 순백의 타바론이 보여주는 자유분방함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전통과 기품을 강조하는 짙은 검은색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시그니쳐인 8가지 차와 각각의 차를 생산하는 중국 최고 대가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통해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고 있으며 500만위안(약 8억원)과 2년을 투자한 디자인, 3년에 걸쳐 섭외한 장인들은 예사롭지 않은 아우라를 뿜어낸다. 


장인들의 포스가 어마어마하다 ⓒxiaoguantea.com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워줄 브랜드의 탄생은 중국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어졌다. 용정녹차 10회분(40g)이 500위안(약 8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지만 창업한 지 불과 4년만인 2018년 우리돈 약 3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차 시장을 평정해 나가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무엇을 클릭하든 장인의 아우라를 피해 갈 수 없다. 음, 고급이군 ⓒxiaoguantea.com 


저가 이미지가 고착된 상품군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이 나와도 대중적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예: 막걸리 시장). 가격에 대한 설득력이 확실해야 한다. 샤오관차는 차에만 평생을 쏟아 부은 장인의 인생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았고 이는 곧 신뢰로, 구매로 이어졌다.


홈페이지에서 그들이 어떻게 차를 만드는지 상세한 소개와 영상을 볼 수 있다 ⓒxiaoguantea.com 



  • 루피시아(Lupicia)

루피시아는 일본에서 1994년 찻집으로 시작해 2005년 차 유통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루피시아의 특징은 단연 일본스러운 패키지에 있다.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귀여운 디자인.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곳이라면 한 번쯤은 마주치게 되는 노련한 매장배치. 차와 일본 특유의 마케팅이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루피시아를 보면 알 수 있다.


2020 크리스마스 한정 상품 ⓒlupicia.com 


- 지속적인 한정 상품으로 생명력을 불어 넣어라

알록달록 동그란 틴케이스로 가득 채워진 루피시아 매장은 마치 차로 이루어진 점묘화 작품을 보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패키지 디자인이 천차만별로 화려한데다 수많은 한정상품으로 가짓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매 시즌별, 지역별, 연도별 출시되는 한정품과 그때그때 분위기를 바꾸는 매장은 언제, 어디서 매장을 방문하는지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이미 신년 맞이 신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lupicia.com


늘 변화하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새로움을 더하는 전략은 소비자로 하여금 언제나 처음 방문하는 것 같은 설렘을 준다. 도시별 컵이 있는 스타벅스처럼 루피시아도 그 지역 특화 제품이 있고 시즌마다 신제품이 나온다. 신상에 대한 기대감은 언제 어디서든 루피시아를 즐겁게 방문하는 계기를 만든다. 


홋카이도에서만 구할 수 있는 지역 한정판 ⓒlupicia.com


지루하고 정체되어 있는 브랜드에 관심을 가질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신제품에 열광한다. 단순한 변화라도 그것이 전보다 더 나으며 발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루피시아는 항상 생명력과 역동성을 가진, 즉 살아 있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매년 3월 다른 테마로 출시하는 the book of tea 시리즈 ⓒlupicia.com



  • 오설록(Osulloc)

오설록은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주 서성환 회장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차를 만들고자 1983년 제주도에 차밭을 일구며 시작되었다. 2019년 그룹에서 독립하여 현재는 독립적인 차 브랜드가 되었다. 


오설록 티 뮤지엄 내부 ⓒosulloc.com


백화점에서 자주 목격되는 오설록은 아무래도 차문화가 깊이 자리잡지 않은 한국에선 선물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고급스러움을 인정받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일상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차를 많이 마시지도 않으면서 서로에게 선물하게 만든 오설록. 사람들은 오설록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 관광상품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라

제주도 여행할 때 누구나 한 번쯤 녹차밭에서 사진을 찍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녹차밭은 십중팔구 오설록의 농장이다. 와이너리에 가면 포도밭을 보는게 당연한 수순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생산지를 관광자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오설록의 농장 중 하나인 서광다원 ⓒosulloc.com


2001년 수려한 경관의 녹차밭을 배경으로 세워진 티뮤지엄은 국내 최초로 차를 테마로 한 박물관이었으며 차의 매력을 시각적으로 알리는데 기여하였다. 이제는 관광명소가 되어 연간 150만명이 방문하는 제주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하였다. 현재는 티클래스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볼거리로 차에 대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설록 티 뮤지엄 입구 ⓒosulloc.com


브랜드에 대한 좋은 체험은 몸과 마음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시간이 흘러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체험은 곧 추억이 되어 상호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충성고객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맛을 뛰어넘어 한 개인의 기억과 시간에 브랜드를 새기는 일. 오설록은 현장을 통해 이것이 가능함을 알려주었다.


티 클래스가 진행되는 티 스톤 ⓒosulloc.com


--마치며

양조장을 다니며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바로 마케팅에 관한 것이다. 품질은 좋지만 알릴 방법도 잘 모르고 알릴 사람도 부족하다고 했다. 업계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선 모두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연의 역할이 큰 누룩과 산 채로 유통되는 효모 때문에 한국술은 다루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인스타에 제품사진을 올리고 박람회를 찾아다니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하는 질문에서 이 글을 기획했다.


차와 술은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둘 다 자연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으며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원초적인 음료다. 그래서 그 역사도 길다. 차를 다루는 기업들이 여러가지 선례를 남겨둔 점은 정말 다행이다. 그 안에 한국술에 적용 가능한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한국술은 거기서 더 나아가 색다른 방법으로 세계를 무대로 선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