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종이술병 시대

누루커스
2020-10-20
조회수 229

영국의 주류회사 디아지오가 자회사인 조니워커의 술병을 2021년부터 종이로 바꾼다고 한다. 위스키의 영롱한 빛깔은 심리적인 만족감을 주고 품질에 대한 믿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런 점에서 유리병은 위스키를 포장하는 최적의 용기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매끈하면서 묵직한 느낌은 손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 오늘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20대 초반, 모임에서 위스키병을 들고 있노라면 아더왕의 엑스칼리버 못지 않은 광채가 나기도 했다. 그러한 유리병이 종이로 대체된다고 하니 시대가 많이 변하긴 한 모양이다. 그만큼 환경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공개된 건 우선 가장 저렴한 라인인 블랙라벨인데, 아무래도 유리병이 주는 고급이미지를 단번에 포기하는 건 어렵지 않았나 싶다. 유리병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이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목적이라고 한다. 훌륭한 결단이다.


조니워커 블랙라벨

깨질 걱정은 없어 보인다 ⓒ diageo


술병을 종이로 바꾸는 곳이 조니워커만 있는게 아니다. 덴마크의 유명 맥주 회사인 칼스버그도 2019년 10월 맥주병을 식물성인 바이오 플라스틱과 종이가 결합된 패키지로 바꾼다는 발표를 하며 샘플을 공개했다. 아직 본격적인 출시는 안했지만 탄산이 많은 맥주병으로서는 놀라운 시도다. 귀여운 디자인은 덤이다.


병이 앙증맞다 ⓒcarlsberg


칼스버그는 한 술 더 떠 2017년부터 Together Towards Zero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22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 2030년까지 물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탄소배출량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화끈한 4제로 ⓒcarlsberg


이뿐만이 아니다. 우유팩에 담긴 일본의 사케는 이미 우리에게 친숙하다. 간바레오또상은 먹어본 적도 없는데 패키지가 아주 익숙하다. 유럽에서 역시 술을 종이 팩에 담은지 오래다. 


아빠, 술먹고 힘내세요! ⓒ태산주류


아이가 마실 수도 있으니 잘 숨겨야겠다 ⓒpinterest


이젠 코카콜라도 종이병으로 바꾼다고 하니 이쯤되면 종이팩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아직도 막걸리 업계는 플라스틱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 종이팩은 커녕 유리병도 요원하기만 하다. 시장에는 이런저런 사정도 있고 그 이유를 모르는 게 아니지만 분명한 건, 환경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이제 그만하면 됐다. 세탁세재 통에 왜 술을 담냐는 물음에 문화라고 둘러대기도 민망하다. 우리도 바꿔보자.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서 하루 빨리 대안을 찾자. 술 좀 먹는 나라답게 술병부터 앞장서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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